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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은 각오로 하는 게 아니라 구조로 합니다

10년 동안 본부 쪽에서도 보고 매장 쪽에서도 봤습니다. 2년 차에 살아남는 사람과 접는 사람을 가른 건 의지가 아니라, 시작 전에 종이 한 장에 그려둔 구조였습니다. 그 구조를 이루는 세 가지를 적습니다.

각오는 6개월이면 닳습니다

상담을 하다 보면 표정으로 먼저 압니다. 눈이 반짝이는 분들이 있습니다. 밤낮없이 하겠다, 남들 쉴 때 일하겠다, 3년만 고생하면 된다고 말씀하십니다. 저는 그 각오를 의심하지 않습니다. 진심인 걸 압니다. 다만 그 각오의 유통기한을 압니다.

대개 6개월입니다. 개업 초기의 긴장과 축하 매출이 빠지고, 평일 오후 두 시에 홀에 아무도 없는 날을 처음 맞는 순간부터 각오는 빠르게 닳습니다. 그때부터는 각오가 아니라 구조가 매장을 굴립니다. 구조가 없으면 각오를 태워서 버티는데, 각오는 연료가 아니라 심지입니다. 태우면 없어집니다.

제가 이 일을 하면서 본 것 중 가장 반복되는 장면이 이겁니다. 실패한 분들이 게을러서 실패한 게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더 열심히 한 쪽이 먼저 지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열심히 할 자리를 정해두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각오는 6개월이면 닳고, 구조는 남습니다. 구조가 없으면 각오를 태워서 버티는데, 각오는 연료가 아니라 심지입니다.

그래서 저는 상담에서 각오를 묻지 않습니다. 대신 세 가지를 묻습니다. 이 세 가지에 답이 있으면 구조가 있는 것이고, 없으면 아직 각오만 있는 것입니다.

구조 ① — 돈이 어디서 새는지 시작 전에 그려둘 것

창업 상담에서 사람들이 가장 오래 이야기하는 숫자는 매출입니다. 그런데 매출은 내가 통제하기 가장 어려운 숫자입니다. 상권이 정하고, 날씨가 정하고, 옆 건물에 뭐가 들어오느냐가 정합니다. 반대로 비용은 대부분 계약 시점에 이미 정해집니다. 그리고 계약 시점에 정해진 비용은 2년 동안 바꿀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시작 전에 비용을 항목별로 종이에 적어보라고 합니다. 임차료, 인건비, 원가, 관리비, 그리고 사람들이 자주 빠뜨리는 네 가지 — 카드 수수료, 배달 수수료, 필수 품목 공급가와 시중가의 차이, 그리고 재계약 시점의 인테리어 재시공 의무입니다.

이 네 가지를 빼고 계산한 손익표는 실제보다 낙관적으로 나옵니다. 특히 필수 품목 공급가는 계약서에 금액이 아니라 "본부가 정하는 바에 따른다"로 적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문장 하나가 2년치 원가율의 상한을 지워버립니다. 저는 계약서에서 그 표현이 몇 번 나오는지 세는 것으로 본부의 태도를 읽습니다.

돈이 새는 자리를 미리 그려두면 매출이 예상보다 낮게 나왔을 때 당황하지 않습니다. 어디를 먼저 조여야 하는지 이미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준비가 없으면 매출이 꺾인 달에 가장 손쉬운 곳 — 보통 인건비 — 부터 자릅니다. 그리고 서비스 질이 내려가면서 매출이 한 번 더 꺾입니다.

구조 ② — 내가 빠져도 돌아가는 자리가 몇 개인가

두 번째 질문은 이겁니다. "사장님이 일주일 못 나오면 매장이 어떻게 됩니까?"

이 질문에 "문 닫아야죠"라고 답하시는 분이 절반이 넘습니다. 그건 창업이 아니라 자영업 형태의 취업입니다. 나쁘다는 뜻이 아닙니다. 다만 그 구조에서는 매출이 올라도 내가 쉴 수 없고, 두 번째 매장을 열 수도 없습니다. 성장의 천장이 내 체력이 됩니다.

구조를 만든다는 건 거창한 일이 아닙니다. 매장에서 일어나는 일을 열 개쯤 적어놓고, 그중 몇 개가 나 말고 다른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인지 세어보는 겁니다. 발주, 마감 정산, 청소 동선, 신입 교육, 클레임 응대 — 이 다섯 개만 문서로 만들어 놔도 내가 빠질 수 있는 시간이 하루에 두세 시간씩 생깁니다.

그리고 그 두세 시간이 실제로는 가장 비싼 시간입니다. 매장 안에서 손을 쓰는 시간이 아니라, 매장 밖에서 다음 수를 보는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잘 되는 사장님들은 예외 없이 이 시간을 확보하고 있었습니다.

본부를 고를 때 제가 정보공개서에서 가장 먼저 보는 항목 중 하나가 본부 관리 인력 대비 가맹점 수인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이 숫자가 나쁘면, 매뉴얼이 있어도 그걸 현장에 심어줄 사람이 없다는 뜻입니다. 결국 점주가 혼자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구조 ③ — 그만둘 때의 비용을 시작 전에 계산해 둘 것

세 번째가 가장 말하기 불편한 항목입니다. 창업 상담에서 "그만둘 때" 이야기를 꺼내면 분위기가 가라앉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 계산을 하지 않고 들어간 분들이 가장 크게 다치는 걸 여러 번 봤습니다.

계산할 항목은 네 개입니다. 중도 해지 위약금, 남은 계약기간, 시설물 원상복구 비용, 그리고 권리금 회수 가능성입니다. 이 네 개를 더하면 "내가 이 결정을 되돌리는 데 드는 돈"이 나옵니다. 그 금액이 감당 가능한 범위 안에 있으면 들어가도 되는 결정이고, 그 금액이 내 전 재산에 가까우면 그건 창업이 아니라 베팅입니다.

여기서 오해가 없었으면 합니다. 되돌릴 계획을 세우라는 말이 아닙니다. 되돌리는 비용을 아는 사람만이 침착하게 밀어붙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최악을 계산해 둔 사람은 나쁜 달이 와도 흔들리지 않습니다. 계산해 두지 않은 사람은 매출이 한 달만 빠져도 헐값에 던집니다.

되돌릴 계획을 세우라는 말이 아닙니다. 되돌리는 비용을 아는 사람만이 침착하게 밀어붙일 수 있습니다.

차이는 2년 차에 갈립니다

1년 차에는 구조가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차이가 잘 안 보입니다. 둘 다 열심히 하고, 둘 다 어느 정도 버팁니다. 차이는 2년 차에 나옵니다.

구조가 있는 쪽은 1년 동안 쌓인 데이터를 가지고 다음 수를 둡니다. 어느 요일이 약한지, 어느 메뉴가 원가를 먹는지, 어느 시간대에 인력이 남는지를 알고 있습니다. 구조가 없는 쪽은 1년을 보냈는데 남은 게 피로밖에 없습니다. 같은 1년인데 한쪽은 자산이 됐고 한쪽은 소모가 됐습니다.

재계약 시점이 오면 이 차이가 금액으로 드러납니다. 숫자를 가진 점주는 본부와 협상할 근거가 있고, 숫자가 없는 점주는 주는 대로 받습니다.

오늘 할 수 있는 일 — 종이 한 장

거창한 사업계획서를 쓰라는 게 아닙니다. A4 한 장이면 충분합니다.

위쪽에 월 고정비를 항목별로 적으세요. 아까 말한 네 가지 — 카드 수수료, 배달 수수료, 필수 품목 마진, 재시공 의무 — 를 빠뜨리지 마세요. 가운데에는 내가 빠져도 돌아가야 하는 일 다섯 개를 적으세요. 아래쪽에는 그만둘 때 드는 돈을 적으세요.

이 한 장을 채우지 못하겠다면, 아직 정보가 부족한 겁니다. 부족한 정보를 본부에 물어보세요. 그 질문에 어떻게 답하느냐가 그 본부에 대한 가장 정확한 실사입니다. 숫자로 답하는 본부가 있고, 분위기로 답하는 본부가 있습니다.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 전에 이 한 장을 채우는 데는 길어야 일주일입니다. 잘못 들어간 계약은 2년을 갑니다.

오픈런랩스 CSO · 제이와이베스트 대표

프랜차이즈 본부와 가맹점 양쪽을 다 해봤습니다. 컨설팅으로 본부의 숫자를 들여다봤고, 직접 매장을 열어 그 숫자가 현장에서 어떻게 달라지는지도 봤습니다. 정보공개서에 적힌 것과 실제로 남는 돈 사이의 간격을 쓰는 것이 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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